HEAVENKISSING

# Miro:藍

바람이 불었다. 바람은 저 산의 나뭇잎과 흙 냄새, 가을의 습기와 귀뚜라미 소리를 실어서 아이의 코 끝에 닿았다. 맨 팔의 피부로도 이제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. 아이는 흙길을 걸었고 젖은 길에는 얕게 발자국이 남는다. 낡은 한옥 벽에 붙은 푸른 담쟁이덩굴을 바라보기도 하고 다홍색으로 활짝 핀 장미의 자태를 바라보다 꽃잎을 한 장 떼어본다. 그러다 목에 붙은 날벌레에 신경이 거슬려서 작은 손가락으로 긁기도 한다.

 

아이가 하루하루 자랄 때마다 길가의 시멘트 벽의 페인트칠은 조금씩 벗겨지고, 비가 온 다음날의 화단에서 지렁이가 자라고 죽고 그 시체를 개미들이 들고 가고, 한 개미 왕국의 건국부터 망국까지 한 순간처럼 스쳐지나간다. 풀이 자라고 시든다. 하늘의 구름이 모였다가 비와 번개와 천둥으로 흩뿌려 사라진다. 

 

이 모든 것은 내가 전 지구를 통채로 써서 너에게 보내는 편지다.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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